퍼널을 갈라 보면 보이는 것
숫자로 보는 사업 · 2026-10-19
지난 글은 퍼널이 한 줄이 아니라는 이야기로 끝났습니다. 모든 방문자를 한 줄에 합쳐 놓으면 한쪽이 나빠진 것을 다른 쪽이 가려 주기 때문에, 실제로는 큰일이 났는데도 표에는 '변화 없음'으로 찍힐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같은 D2C 브랜드의 숫자로 그 장면을 직접 보여 드리고, 어떻게 갈라 봐야 하는지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합친 숫자로는 평범한 달이었습니다
이 브랜드는 지난달에도 이번 달에도 12만 명이 들어왔고, 주문은 3,744건에서 3,748건으로 거의 같았습니다. 전체 전환율은 두 달 모두 3.12%였으니, 이 숫자를 받아 든 사람이라면 "이번 달도 평소대로네" 하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숫자를 사람들이 어디서 들어왔는지, 즉 유입 경로로 한 번만 갈라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유입 경로로 가르면 두 개의 사건이 보입니다
| 유입 경로 | 지난달 방문 | 지난달 전환율 | 이번 달 방문 | 이번 달 전환율 |
|---|---|---|---|---|
| 광고 | 54,000 | 2.50% | 60,000 | 1.80% |
| 검색 | 38,000 | 3.80% | 36,000 | 3.80% |
| 재방문 | 28,000 | 3.39% | 24,000 | 5.42% |
| 합계 | 120,000 | 3.12% | 120,000 | 3.12% |
광고를 눌러 들어온 사람의 전환율은 2.50%에서 1.80%로 크게 떨어졌는데, 같은 달 다시 찾아온 고객의 전환율은 3.39%에서 5.42%로 뛰었습니다. 두 움직임이 서로를 정확히 지워 버려서, 합계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광고 쪽 손실을 주문으로 바꿔 보면 크기가 실감 납니다. 이번 달 광고로 들어온 6만 명이 지난달처럼 2.50%로 샀다면 주문이 1,500건이었을 텐데 실제로는 1,080건에 그쳤으니, 한 달에 420건, 객단가 68,000원으로 치면 2,856만 원이 사라진 셈입니다.
재방문이 뛴 이유를 찾아보니 이번 달 초에 기존 고객에게 15% 할인 쿠폰을 보낸 것이 있었습니다. 쿠폰은 매출을 당겨 오는 대신 그만큼 이익을 깎고, 다음 달에 살 사람이 이번 달에 미리 산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광고 효율이 무너진 자리를 할인으로 메우고 있었던 것인데, 합친 숫자만 봐서는 둘 중 어느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줄만 한 번 더 가릅니다
광고 유입이 무너졌다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아직 무엇을 고쳐야 할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광고로 들어온 사람만 떼어 내 이번에는 기기로 한 번 더 갈라 봤더니, PC로 들어온 사람은 오히려 조금 나아졌고 떨어진 것은 모바일로 들어온 사람뿐이었습니다.
| 광고 유입 | 지난달 방문 | 지난달 전환율 | 이번 달 방문 | 이번 달 전환율 |
|---|---|---|---|---|
| 모바일 | 43,200 | 2.40% | 48,000 | 1.50% |
| PC | 10,800 | 2.90% | 12,000 | 3.00% |
| 광고 합계 | 54,000 | 2.50% | 60,000 | 1.80% |
광고 소재나 타깃이 문제였다면 PC도 함께 떨어졌어야 하므로, 이제는 광고보다 모바일에서만 생기는 무언가를 의심하는 편이 맞습니다. 지난 글에서 결제 완료 칸이 평소 86%에서 78%로 떨어져 있었던 것을 떠올리면 그림이 맞춰지고, 고칠 곳은 광고 관리 화면이 아니라 모바일 결제 화면이 됩니다. 한 줄로 볼 때는 '광고를 바꿔 볼까'에서 멈췄을 질문이, 두 번 갈라 보고 나서야 '모바일 결제 화면에 문제가 있구나'로 바뀐 것입니다.
많아진 것과 나빠진 것을 따로 봅니다
갈라 볼 때 함께 봐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각 경로가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이번 달에는 광고 예산을 늘려서 광고 유입이 전체 방문의 45%에서 50%로 커졌고, 광고 유입은 원래 다른 경로보다 전환율이 낮기 때문에 비중이 커진 것만으로도 전체 전환율은 조금 내려갑니다.
그래서 전체 전환율이 떨어졌다는 보고를 받으면 두 가지를 따로 물어야 합니다.
첫째는 어느 경로의 전환율이 나빠졌느냐입니다. 광고로 들어온 사람이 예전보다 덜 산다면 광고 소재나 상품 페이지, 결제 화면 어딘가에 고칠 문제가 생긴 것이므로, 원인을 찾아 손을 대야 합니다.
둘째는 어느 경로로 들어온 사람이 많아졌느냐입니다. 광고 예산을 늘려 광고로 들어온 사람이 많아지면, 경로마다 전환율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더라도 원래 덜 사는 사람들의 몫이 커지기 때문에 전체 전환율은 내려갑니다. 이 브랜드도 세 경로가 모두 지난달 전환율을 그대로 지켰다고 쳐도, 이번 달처럼 광고 유입이 절반을 차지하면 전체 전환율은 3.12%에서 3.07%로 낮아졌을 것입니다. 이렇게 떨어진 0.05%p는 고칠 문제가 아니라 광고를 늘리기로 한 결정에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니, 놀라서 무언가를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갈라 볼 때 지킬 것
갈라 보는 것이 좋다고 해서 끝없이 쪼개면 이번에는 칸마다 숫자가 너무 작아져서 우연과 변화를 구분할 수 없게 됩니다. 주문이 30건인 칸에서 전환율이 1%p 움직인 것은 우연일 가능성이 크니, 한 칸에 주문이 적어도 수백 건은 남는 데까지만 가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순서도 중요합니다. 유입 경로, 기기, 신규와 재방문을 한꺼번에 곱해 수십 칸짜리 표를 만들기보다는, 이번처럼 하나로 갈라서 이상한 줄을 찾고 그 줄만 다음 축으로 다시 가르는 편이 훨씬 빨리 답에 닿습니다.
마치며
합친 숫자는 보고하기에는 편하지만, 그 안에서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것들을 조용히 지워 버립니다. 광고가 무너지고 쿠폰이 그만큼 받쳐 준 이번 달은 합계로는 평범한 달이었고, 갈라 보고 나서야 위험한 달로 보였습니다.
그러려면 광고 플랫폼의 방문 기록과 쇼핑몰의 주문 기록이 같은 고객, 같은 기기 기준으로 한곳에 묶여 있어야 합니다. 루위즈는 흩어진 자료를 한곳에 모으고 이런 표를 자동으로 갈라 보여 주는 도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