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퍼널은 어디서 새고 있나
숫자로 보는 사업 · 2026-10-13
이번 달 매출이 지난달보다 줄었다고 합시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덜 들어온 것인지, 들어오긴 했는데 안 산 것인지, 사려다 말고 나간 것인지가 전부 같은 숫자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셋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고 고치는 방법도 다릅니다. 그래서 매출을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여러 개의 문으로 나누어 봅니다. 그것이 퍼널입니다.
퍼널은 문을 세는 것입니다
사이트에 들어온 사람이 결제까지 가려면 몇 개의 문을 지나야 합니다. 문을 지날 때마다 사람이 줄어듭니다. 위는 넓고 아래로 갈수록 좁아져서 깔때기 모양이 됩니다. 영어로 깔때기를 퍼널(funnel)이라고 부르는 데서 온 이름입니다.
각 문에서 몇 명이 들어와 몇 명이 나갔는지를 세어 두면, 매출이 줄었을 때 어느 문에서 줄었는지를 바로 짚을 수 있습니다. 매출 숫자 하나로는 못 하던 일입니다.
단계는 이렇게 나눕니다
업종마다 다르지만 온라인으로 물건을 파는 곳이라면 대개 이렇게 나눕니다.
- 사이트 방문 — 들어왔습니다. 광고를 눌렀거나 검색해서 왔습니다
- 상품 상세 열람 — 상품 하나를 눌러서 자세히 봤습니다
- 장바구니 담기 — 사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표시했습니다
- 결제 시작 — 주소와 결제 수단을 넣는 화면에 들어섰습니다
- 결제 완료 — 카드가 승인되고 주문이 생겼습니다
마지막 두 개를 왜 나누는지 궁금하실 수 있습니다. 결제 시작과 결제 완료 사이에서 빠지는 이유가 앞의 어느 단계와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온 사람은 이미 사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못 샀다면 상품이 마음에 안 든 것이 아니라 결제하는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이유가 다르니 고치는 법도 다르고, 그래서 따로 셉니다.
전환율은 다음 문으로 넘어간 비율입니다
각 문에서 다음 문으로 넘어간 사람의 비율을 전환율이라고 합니다. 100명이 들어와서 22명이 상품을 봤다면 그 구간의 전환율은 22%입니다.
맨 처음부터 맨 끝까지를 한 번에 본 것은 전체 전환율이라고 합니다. 방문한 사람 가운데 결국 산 사람의 비율입니다. 이 숫자 하나가 사이트 전체의 성적표 역할을 합니다.
어느 D2C 브랜드의 한 달치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숫자는 이야기를 위해 지어낸 것입니다.
| 단계 | 사람 | 전환율 |
|---|---|---|
| 사이트 방문 | 120,000 | — |
| 상품 상세 열람 | 26,400 | 22.0% |
| 장바구니 담기 | 7,392 | 28.0% |
| 결제 시작 | 4,805 | 65.0% |
| 결제 완료 | 3,748 | 78.0% |
12만 명이 들어와 3,748명이 샀습니다. 전체 전환율은 3.12%입니다.

그림으로 그려 놓으면 첫 문에서 얼마나 많이 빠지는지가 한눈에 보입니다. 12만 명 가운데 9만 명 넘게가 상품을 한 번 눌러 보지도 않고 나갑니다.
빠지는 이유는 단계마다 다릅니다
전환율이 낮은 구간이 있다면 거기서 사람들이 막히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그 구간에서 무엇이 사람을 막는지를 찾아 고칩니다. 구간마다 의심할 것이 정해져 있습니다.
사이트 방문 → 상품 상세 열람. 광고가 엉뚱한 사람을 데려왔을 수 있습니다. 20대 여성 옷을 파는데 광고가 아무에게나 나가고 있으면 들어와서 바로 나갑니다. 첫 화면에서 무엇을 파는 곳인지 안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화면이 뜨는 데 3초가 넘게 걸리면 그 사이에 상당수가 뒤로 가기를 누릅니다.
상품 상세 열람 → 장바구니 담기. 상품을 봤는데 판단이 안 서는 경우입니다. 사진이 한 장뿐이거나, 실제 크기를 알 수 없거나, 후기가 하나도 없거나, 품절 표시가 떠 있습니다.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나가는 것도 여기입니다.
장바구니 담기 → 결제 시작. 담아 놓고 결제로 안 넘어갑니다. 배송비가 마지막에 튀어나오는 것이 가장 흔한 이유입니다. 29,000원인 줄 알았는데 결제하려니 3,000원이 붙으면 사람은 멈칫합니다. 최소 주문 금액에 못 미쳐서 못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 구간은 '나중에 사려고 담아 둔 것'이 섞여 있어서 원래 어느 정도는 빠집니다.
결제 시작 → 결제 완료.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여기서 빠지는 사람이 가장 아깝습니다. 사겠다고 마음먹고 카드까지 꺼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의심할 것은 대개 이런 것들입니다.
- 카드가 등록이 안 됩니다. 해외 카드를 거절하거나, 특정 카드사에서만 실패하거나, 간편결제가 중간에 끊깁니다
- 입력할 칸이 너무 많습니다. 주소를 직접 다 치게 하거나, 필요 없는 정보까지 필수로 받습니다
- 회원가입을 요구합니다. 그냥 사고 싶은데 가입부터 하라고 하면 상당수가 거기서 나갑니다
- 결제창이 뜨다 맙니다. 모바일에서만 깨지는 경우가 많아서 PC로만 확인하면 못 찾습니다
이 구간은 고쳤을 때 효과가 가장 빨리 나타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결제창 오류 하나를 잡는 일은 광고를 바꾸거나 상품 사진을 다시 찍는 일보다 훨씬 간단한데, 들이는 품에 비하면 올라가는 숫자가 큽니다. 직접 한 번 사 보는 것으로 찾아지는 문제가 많으니, 아직 안 해 보셨다면 모바일로 한 번 끝까지 결제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마치며
퍼널을 그리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단계를 정하고, 각 단계에 몇 명이 왔는지 세고, 다음 단계로 몇 명이 넘어갔는지를 보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매출이 줄었다'가 '결제창에서 막히고 있다'로 바뀝니다.
다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전환율이 가장 낮은 구간부터 고치는 것이 대개 헛수고라는 것입니다. 위 표에서 가장 낮은 구간은 22.0%인데, 그 숫자는 어느 쇼핑몰이나 낮습니다. 어디부터 손대야 하는지는 다음 글에서 이어 가겠습니다.
루위즈는 흩어진 자료를 한곳에 모아 이런 표를 그려 주는 도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