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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널에서 어디부터 고쳐야 하나

숫자로 보는 사업 · 2026-10-16

지난 글에서 퍼널을 그려 보았는데, 그려 놓고 나면 유독 눈에 띄는 칸이 하나 있습니다. 전환율이 가장 낮은 칸입니다. 대개는 그 칸부터 손을 대지만, 정작 거기가 범인인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아래는 지난 글과 같은 D2C 브랜드의 한 달치 숫자에 열을 몇 개 더 붙인 표입니다.

단계사람전환율지난 6개월차이되돌리면
사이트 방문120,000————
상품 상세 열람26,40022.0%21.6%+0.4%p—
장바구니 담기7,39228.0%31.5%−3.5%p+468건
결제 시작4,80565.0%65.5%−0.5%p+29건
결제 완료3,74878.0%86.0%−8.0%p+384건

이 표를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읽어 나가면 손댈 칸이 세 번 바뀌고, 그때마다 다른 답이 나옵니다.

가장 낮은 칸은 원래 낮습니다

전환율만 보면 상품 상세 열람 22.0%가 가장 낮습니다. 열 명이 들어와 여덟 명이 상품도 보지 않고 나가는 셈이니, 당장 여기부터 고쳐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칸은 어느 쇼핑몰이나 낮습니다. 사람들은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 구경하러 오기 때문에, 광고를 눌러 들어온 사람, 검색하다 잘못 들어온 사람, 가격만 보고 나가는 사람이 모두 이 칸에서 빠집니다. 전환율이 낮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그 단계의 성질입니다.

그래서 칸끼리 견주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22.0%와 78.0%를 나란히 놓고 어느 쪽이 나쁘냐고 묻는 것은 처음부터 답이 없는 질문이고, 견줄 상대는 다른 칸이 아니라 지난날의 우리 자신입니다. 이번 달 22.0%는 지난 6개월 21.6%보다 오히려 좋으니, 여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기준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가져옵니다

비교 기준을 업계 평균에서 찾으려 하면 대개 실패합니다. 업종과 가격대와 유입 경로가 다르면 그 숫자는 우리에게 쓸모가 없고, 10만 원짜리를 파는 곳과 2천 원짜리를 파는 곳의 장바구니 전환율이 같을 리도 없습니다.

가장 쓸 만한 기준은 우리의 과거입니다.

가장 많이 떨어진 칸도 답이 아닙니다

기준과 견주면 그림이 달라져서, 이번에는 결제 완료가 −8.0%p로 가장 크게 떨어졌습니다. 평소에는 결제를 시작한 사람의 86%가 끝까지 갔는데 이번 달은 78%만 갔으니, 결제창에 문제가 생겼거나 결제 수단 하나가 자주 실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여기가 답일까요. 아직은 아닙니다. 그 칸에 들어온 사람이 몇 명인지를 함께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제 완료 칸에는 4,805명이 들어오고 장바구니 칸에는 26,400명이 들어오니, 다섯 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위쪽 칸의 1%p와 아래쪽 칸의 1%p는 같은 1%p가 아닙니다.

몇 건이 늘어나는가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뒤집어, 각 칸을 기준값으로 되돌렸을 때 최종 주문이 몇 건 늘어나는지로 줄을 세워 봅니다. 계산은 간단합니다.

늘어나는 주문 = 들어온 사람 × 떨어진 %p × 아래 칸 전환율

장바구니 칸은 26,400명에 3.5%p를 곱한 뒤 그 아래 결제 시작 65%와 결제 완료 78%를 다시 곱합니다. 결제 완료 칸은 아래에 곱할 칸이 없으니 4,805명에 8.0%p를 곱하면 끝입니다.

기준 대비 차이와 되돌렸을 때 늘어나는 주문
기준 대비 차이와 되돌렸을 때 늘어나는 주문

그러면 왼쪽에서 1등이던 칸이 오른쪽에서는 2등으로 내려가, 장바구니 468건, 결제 완료 384건이 됩니다. 객단가가 68,000원이라면 각각 월 3,182만 원과 2,611만 원이고, 결제 시작은 29건, 197만 원이라 지금 손댈 자리가 아닙니다.

둘 다 할 수 있다면 둘 다 하면 됩니다. 다만 한 주에 한 가지만 바꿀 수 있다면 장바구니부터 손대고, 바꾼 다음에는 그 칸만 다시 재서 정말 올라갔는지 확인합니다.

표를 그리기 전에 정할 것 하나

여기까지가 읽는 법이라면, 그리는 법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자리는 분모입니다.

사이트 방문 12만은 사람 수일까요, 세션 수일까요. 한 사람이 사흘에 걸쳐 세 번 들어와 마지막에 샀다면 방문은 3이고 구매는 1이어서 전환율이 3분의 1로 떨어지고, 같은 사람을 1로 세면 전환율은 세 배가 됩니다.

둘 다 쓸 수 있습니다. 광고 효율을 볼 때는 세션이, 고객을 볼 때는 사람이 맞습니다. 다만 한 표 안에서 섞으면 안 됩니다. 위쪽 두 칸은 웹 분석 도구에서 세션으로, 아래쪽 세 칸은 주문 데이터에서 사람으로 가져오는 일이 자주 생기는데, 그러면 중간 어딘가에서 전환율이 저절로 좋아지고 그 좋아진 칸을 보며 '여기는 괜찮네' 하고 지나가게 됩니다.

퍼널은 한 줄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위의 표는 모든 방문자를 한 줄에 합친 것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퍼널이 겹쳐 있습니다.

광고를 눌러 들어온 사람과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은 애초에 다른 사람들이고, 모바일과 PC도, 처음 온 사람과 다시 온 사람도 다릅니다. 이것들을 합쳐 놓으면 한쪽이 나빠진 것을 다른 쪽이 가려 줍니다. 실제로는 광고 유입이 무너지고 재방문이 그만큼 받쳐 주고 있어도, 전체 전환율이 그대로라면 합친 표에서는 '변화 없음'으로 보일 뿐입니다.

가장 먼저 갈라 볼 축은 유입 경로 · 기기 · 신규와 재방문, 이 셋입니다. 셋으로 갈라 보면 대개 한 칸에서 답이 나오고, 그다음에야 비로소 무엇을 바꿀지가 정해집니다.

마치며

퍼널은 그리는 것보다 읽는 것이 어렵습니다. 전환율이 가장 낮은 칸, 기준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칸, 고쳤을 때 가장 많이 돌아오는 칸이 저마다 다른 칸이기 때문이고, 그 셋을 가려내려면 결국 방문부터 결제까지가 한곳에 모여 있어야 합니다.

루위즈는 흩어진 자료를 한곳에 모으고 이런 표를 자동으로 그려 주는 도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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