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위즈주식회사 루위즈

현금흐름표는 왜 따로 있나

회계 이야기 · 2026-10-04

어릴 때 용돈기입장을 써 보셨을 겁니다. 들어온 돈을 적고 나간 돈을 적고 남은 돈을 적습니다.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고, 틀렸는지도 금방 압니다. 지갑을 열어 세어 보면 되니까요.

현금흐름표는 그 용돈기입장과 거의 같은 표입니다. 들어온 현금, 나간 현금, 남은 현금. 재무제표 다섯 가지 중에 제일 어렵다고들 하는데, 하는 일만 보면 제일 단순합니다.

그런데 회사는 왜 용돈기입장을 그냥 쓰지 않고,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를 따로 만들고, 그 위에 현금흐름표를 또 얹을까요.

용돈기입장으로는 안 되는 것

용돈기입장은 돈이 움직일 때만 적습니다. 그래서 돈이 안 움직인 일은 장부에 없습니다.

외상으로 팔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물건은 나갔고 받을 돈이 생겼는데 지갑은 그대로입니다. 용돈기입장에는 적을 칸이 없습니다. 다음 달에 돈이 들어오면 그때 한 줄 적히는데, 그러면 판 달과 번 달이 어긋납니다.

3,000만 원짜리 기계를 사면 그달에 3,000만 원이 나갑니다. 용돈기입장으로 보면 그달은 큰 적자입니다. 그런데 그 기계는 10년을 씁니다. 한 달에 다 털어 넣는 것이 맞을까요.

창고에 쌓인 재고는 아예 안 보입니다. 돈을 주고 사 왔으니 나간 돈으로만 적히고, 아직 팔지 않은 물건이 창고에 있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발생주의가 나왔습니다

돈이 움직인 때가 아니라 일이 일어난 때에 적자는 것이 발생주의입니다.

외상으로 팔았으면 판 달에 매출로 적고, 받을 돈은 매출채권이라는 자산으로 남깁니다. 기계는 10년에 나누어 조금씩 비용으로 적습니다. 창고의 재고는 팔릴 때까지 자산으로 들고 있다가 팔리는 순간 원가가 됩니다.

이렇게 적으면 그달에 회사가 실제로 얼마를 벌었는지가 보입니다. 돈이 언제 들어오고 나갔는지와 상관없이요. 그리고 자산과 부채가 얼마나 쌓였는지도 따로 보입니다. 앞의 것이 손익계산서고 뒤의 것이 재무상태표입니다.

기업에는 이 방식이 낫습니다. 거래가 외상으로 오가고, 설비가 몇 년씩 가고, 재고가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용돈기입장으로 적으면 잘 버는 달이 적자로 보이고 아무것도 안 판 달이 흑자로 보입니다.

덤으로 따라온 것 — 표가 스스로 닫힙니다

발생주의로 적으면서 복식부기가 같이 왔습니다. 거래 하나를 왼쪽과 오른쪽에 한 번씩 적는 방식입니다.

처음 배울 때는 번거롭기만 합니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스스로 틀린 것을 잡아내는 성질이 있습니다. 양쪽 합이 안 맞으면 어딘가 빠뜨린 것입니다. 기초 잔액에 그달 증감을 더하면 기말 잔액이 나와야 하고, 안 나오면 틀린 것입니다.

용돈기입장에는 이것이 없습니다. 한 줄을 빼먹어도 장부는 멀쩡해 보입니다. 지갑을 세어 보기 전까지는 모릅니다.

현장에서는 이것을 "와꾸가 맞는다"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아귀가 맞는다입니다. 아귀는 갈라진 것들이 서로 물리는 자리를 뜻합니다.

그런데 현금이 안 보이게 됐습니다

발생주의로 가면서 잃은 것이 있습니다. 지갑에 돈이 얼마 있는지가 손익계산서에 안 나옵니다.

손익계산서에 당기순이익 5억이 찍혀 있어도 그 5억이 통장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외상으로 팔았으면 매출채권에 있고, 재고를 쌓았으면 창고에 있고, 기계를 샀으면 공장에 있습니다.

이익이 나는데 돈이 없어 망하는 회사가 그래서 생깁니다. 흑자도산이라고 부릅니다. 장부상으로는 잘 벌고 있는데 다음 달 급여를 못 줍니다.

그래서 현금흐름표를 따로 만듭니다

발생주의로 적은 장부를 가지고, 다시 용돈기입장처럼 되돌려 보는 표가 현금흐름표입니다.

이번 기에 현금이 얼마 늘었나. 그 돈이 장사해서 들어온 돈인가, 뭘 팔아서 생긴 돈인가, 빌려서 들어온 돈인가. 이것이 영업활동 · 투자활동 · 재무활동입니다.

표보는 것
재무상태표지금 가진 것과 갚을 것
손익계산서이번 기에 번 것
현금흐름표이번 기에 지갑이 얼마나 두꺼워졌나, 왜

세 표가 같은 거래를 다르게 자른 것입니다. 어느 하나가 더 옳은 것이 아니라, 보는 각도가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왜 어려운가

여기까지 보면 현금흐름표는 어려울 이유가 없습니다. 용돈기입장으로 돌아가자는 표니까요.

어려워진 것은 만드는 방식 때문입니다. 현금이 오간 것을 그대로 적으면 쉬운데(직접법), 실무에서는 당기순이익에서 거꾸로 되짚어 가는 방식(간접법)을 씁니다. 그러면서 "현금유출입이 없는 수익과 비용"이라든가 "자산부채의 증감" 같은 말이 등장하고, 숫자가 안 맞기 시작합니다.

왜 더 어려운 쪽이 대세가 됐는지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루위즈 — 연결결산 · FP&A 도구를 만듭니다. luwiz.co.kr · contact@luwiz.co.kr

다른 글 보기 →